여행스케치/강원

[영월] 낭만 가득한 가을여행, 망경대산 임도 느리게 걷기 (모운동~소미원)

Votre Amie 2012. 10. 23. 20:42

 

 

그냥 보내기에 너무 아까운 가을 날들이 흐르고 있습니다.

이 계절이 다 가기 전, 가을을 제대로 즐겨 보고자 시인이자 숲해설가인 홍ㅇㅇ과 망경대산 임도 트래킹에 나섰습니다.

 

 

영월읍에서 10시에 출발한 버스는 40분을 달려 모운동에 도착했습니다.[요금 3,150원(카드)]

이번 트래킹은 김삿갓면 주문2리 모운동을 출발하여 광부의 길, 명상길, 만경사길 입구로 이어진 산꼬라데이길로

김삿갓면 예밀3리 망경산사로 가서 자령치, 궁장동삼거리, 망경대산자연휴양림으로 이어진 망경대산 임도를 걸어

영월읍 연상리 선도우골입구에서 버스를 타고 귀가하는 것이었습니다.

결과는 엄청나게 달랐지만 말입니다.

버스 진행방향으로 아스팔트길을 걸으며 벽화를 감상했습니다.

<하늘아래펜션>뒤 길을 지나면 '광부의 길' 입구 사거리 입니다.

 

 

'광부의 길'은 산꼬라이데길로 명명되기 전에도 걸어 보았고, 이름이 붙여진 뒤에도 걸었던 곳인데,

광부들의 삶 이야기를 들으며 걸으니 그냥 걸었을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목숨을 걸고 치열하게 살아내던 현장에서 현대인들은 지친 마음을 치유하고 있습니다.  

동발(광산이나 탄광, 토목 공사를 위하여 땅 속에 뚫어 놓은 길이 무너지지 않도록 받치는 기둥) 제작소

건물이 소실되어가고 있는 것은 안타깝습니다.

광부들의 안전을 기원하며 동전을 던지던 옹달샘을 지나 황금폭포 전망대를 올랐습니다.

황금폭포 주변은 울긋불긋 화려하고 계곡 너머 산을 푸른 칩엽수가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했습니다.

옥동광업소 목욕탕에는 버려진 옷과 장갑, 신발이 그대로 있습니다. 낙서도 그 때의 흔적이겠지요?

떠나는 것이 급하지는 않았을텐데 너저분하게 버리고 간 이유는 이 곳이 지겨워서였을 것 같습니다.

황금물이 콸콸 쏟아져 나오는 갱도까지 다녀 와 캠핑장을 뒤로 하고 걸었습니다.

 

 

채 마르지 않은 잎들이 주단처럼 깔려 있습니다.

휘어진 나무가 햇볕을 가려 마치 터널속을 걷는 것 같았습니다.

'좋다! 너무 좋다!!' 연신 감탄이 튀어 나왔습니다.

운탄삼거리는 임도와 차도가 만나는 곳입니다.

차도는 액자전망대를 지나 예밀리로 가는데 드라이브 코스로 아주 좋습니다.

우리는 포장되지 않은 길로 걸었습니다.

 

"다래가 있네?!" 숲해설가는 눈도 밝은 가 봅니다.

한참동안 낙엽속에 섞인 다래를 주워 먹었습니다.

나무에서 농익은 다래는 제가 먹어 본 다래 중 최고의 맛이었습니다.

'누리장나무' 열매가 햇빛을 받아 반짝입니다. 쉽게 볼 수 없는 나무라고 합니다.

'발파위험 출입통제' 안내판을 보니 폐광되었음을 알면서도 살짝 겁이 났습니다.

조망이 트인 길에서 보이는 울긋불긋 가을 산 속에 자리잡은 목장이 한 폭의 그림 같습니다.

깊은 골짜기에 자리한 마을과 계곡이 아름답습니다.

<(株)玉洞> 사무실 건물은 아직 깔끔합니다. 사람은 떠났어도 단풍나무는 곱게 단장하고 인사를 합니다.

건물을 휘돌아 오르면 (구)옥동납석광업소입니다.

1950년부터 흙을 조금만 걷어내도 탄이 나올 정도로 유명한 노천탄광이었다고 합니다.

옥동납석광업소의 생산품인 납석은 곱돌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조각재, 타일, 유약, 농약 등에 사용된다고 합니다.

검은 벽 옆으로 검은 길이 이어집니다.

노란 잎을 팔랑거리는 자작나무가 검은 흙에서도 잘 자라고 있습니다.

 

 

싸리재삼거리!! 

너무 많은 정보를 본 탓인지 싸리재 방향으로 가야 제대로 간다고 착각,  행로가 바뀐 바로 그 지점입니다.

그러나 매력있는 새로운 길을 알게 되었고, 그 길이 너무 아름다워 오히려 더 좋은 트래킹이 되었습니다.

 

 

은빛 억새물결 너머 옥동납석광업소가 까마득히 내려다 보이고 농장 뒤로 겹겹이 늘어 선 능선과 예밀리행 도로가 

조금 전 도로에서 보았던 풍경보다 더 아름답게 펼쳐집니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보는 맛이란 이런 것이지요.

낙엽을 밟고 서서 고운 단풍과 푸른 하늘, 맑은 햇살을 마음껏 즐기는 여유로움을 상상으로는 알지 못할 것입니다.

길은 노천광산 중간쯤을 휘돌아 나 있습니다. 검은 황금 사잇길을 걸어보는 경험은 이 곳에서만 가능한 일일겁니다.

검은 벽이 별처럼 반짝여서 다가 가 보니 점점이 박힌 광물이 빛을 반사하고 있었습니다.

"와~~ 금이다!!"

사실은 아니지만 재미있지 않습니까?

누런 잎을 다 떨어뜨린 소나무가 싱그러운 푸른 빛을 발산하고 있었습니다.

검은 돌무더기에서도 잘 자라는 풀과 나무가 신기하고 대견스러웠습니다.

탄광을 직접 본 적은 없지만, 풀과 나무를 모두 제거한 민둥산이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폐광 후 복구 한 곳도 있고 자생하는 식물도 있어 푸르러지고 단풍도 예쁘게 들어 이제는 아름다운 산길을 제공합니다.

싸리재삼거리에서 망경산사까지는 1km 남짓일텐데 길은 점점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고, 산악회 리본이 펄럭였습니다.

가려던 길이 아님을 온 몸으로 깨달았습니다. 

그러나 발길을 돌리기에는 눈앞에 펼쳐진 풍경과 길이 너무 아름다워 놓치기 싫었습니다.

계획했던 길은 11월에 다시 걷기로 하고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어느 곳으로 이어지는 길인지, 몇 시간을 걸어야 하는지도 모르면서도 전혀 걱정되지 않았습니다.

길 끝에는 또 다른 길이 이어질 것이고 마을도 반드시 있을것이니까요.

멋있는 풍경을 감상하고 숲의 생태도 살피며 걷는 우리의 발걸음은 유유자적 그 자체였습니다.

숲해설가와 동행한 덕분에 구절초와 쑥부쟁이, 개미취가 어떻게 다른지,

토종 자작나무와 외래종 자작나무의 구분 방법 등을 알게 되었습니다.

개망초가 높은 산 속에서 자라면 연보라 꽃을 피우는 것도 알았습니다.

 또 수북히 쌓인 낙엽은 나비들의 안식처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산행길에 쌓인 낙엽을 보면 마구 좋아하며 밟고 묻히던 일이 많이 미안했습니다.

 

 

작은 계곡을 건너니 길 위로 물을 끌어당기는 굵은 호스가 늘어져 있습니다.

폐 버섯사 앞에서 이정표를 만났습니다.

싸리재 삼거리 이후 처음 만난 이정표인데 표시된 지명으로는 이 곳이 어디인지 전혀 감을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현 위치에 대한 안내도 없고, 제가 아는 매봉산은 상동읍에 있으니....

어떤 마을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되며 마음이 설레었습니다.

조금 전 건넜던 계곡의 물은 분명 맑았는데 검은길과 시멘트포장로를 잇는 다리가 있는 계곡의 돌들은 갈색이었습니다.

망경대산에는 광산이 여러개 있었으니 광산수가 흐르는 것이겠지요.

바로 위쪽에 덕갈항 (구)덕산광업소가 있습니다.

식수가 흐르는 계곡과 광산수가 흐르는 계곡이 인접해 있는 것일까요? 좀더 세세히 살펴볼 걸 그랬습니다.

<마을회관 1.2km> 이정표는 우리 트래킹의 끝이 그 곳임을 알려주었습니다.

마을은 계곡과 길따라 길게 형성되어 있습니다.

 

 

5시간 20분을 걸어 우리가 도착한 마을은 소미원(小味院)(중동면 화원2리)였습니다.

마을회관 옆에는 원터(원집)과 성황당을 복원해 놓았습니다.

『 소미원은 경북 봉화로 가는 교통의 요충지로 서낭당 북쪽의 솔모디기 부근에 원집(院舍)이 있었다.

원집은 조선 후기로 넘어오면서 인가가 드문 곳에 원(院)을 설치하고 쌀, 반찬, 짚신 등을 준비해 두었으며

길손들이 이곳에서 잠을 자고 난 후 밥을 해 먹고 짚신을 신고 가게끔 편의를 제공했었던 곳이다.

행인들은 그 대가로 일정액의 엽전을 나무로 된 엽전꽂이게 꽂아놓았다.

- 영월문화원 홈페이지에서 발췌

원집 옆에 복원한 성황당에는 최영장군을 모시고 있습니다.

 

 

폐교 터를 지나 도로로 나오니 낯익은 길입니다. 드라이브삼아 몇 번 지났던 곳입니다.

현위치는 수라리재와 외룡리의 중간지점. 이 길은 대중교통이 다니지 않는 길이기 때문에

버스를 타려면 양방향 모두 한시간 이상 걸어야 합니다.

 

길을 잘못 들어 알게 된 너무 좋은 길,

많은 사람들에게 강력 추천하고 싶은 길입니다.

다만, 대중교통 이용의 불편함을 감수하거나 누군가의 차량지원이 있어야 겠지요.

 

※ 길이 좋았던 건 좋았던 것이고, 불친절한 산꼬라데이길 이정표에 관해 말해야 겠습니다.

 

 

저는 망경대산 임도 트래킹을 준비하면서 산꼬라데이길 지도와 MTB 가이드북 그리고 망경대산 등산지도를 숙지하였고,

산꼬라데이길을 걷고 포스팅 한 블로그를 참고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읽은 글들은 모두 망경산사에서 모운동을 향해 걸었던 블로거들이 작성한 것이었고,

그들은 순방향으로 걸었으므로 이정표의 불편한 진실을 인지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모든 사람이 한 방향으로 걷는 것은 아닐텐데 이정표는 오로지 모운동 방향만 알려주고 있습니다.

역 방향으로 걸으면서 내가 걸어 온 길은 알겠는데 앞으로 가는 곳이 어딘지 얼마나 가야 하는 지를

전혀 알 수 없어 답답함을 느꼈습니다.

산꼬라데이길과 관련이 없는 길이더라도 길이 있으면 이정표에 표시를 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단일 길이면 양방향을, 삼거리면 세 방향을, 사거리면 네 방향 모두를 알려주는게 맞는 것이지요.

그래야 그 길로 가거나 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지도도 매한가지 입니다. 오로지 산꼬라데이길만 예쁜 색으로 그려져 있지요.

실제로 이 지도를 들고 길에 섰을 때 가이드 없이 갈림길에서 제대로 갈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