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케치/강원

[영월] 【외씨버선길】열셋째길 『관풍헌가는길』

Votre Amie 2012. 11. 4. 19:56

청정오지 산허리를 돌고 도는 '외씨버선길'

경북 청송.영양.봉화군과 강원도 영월군이 힘을 모아 만든 13개 구간 200km 도보여행길입니다.

그 중 4백년 시간을 두고 김삿갓과 단종을 만나는 열셋째길 『관풍헌가는길』일부 구간을 걸었습니다.

 

 

영월읍에서 08시에 출발하는 내리행 버스를 타고 각동교에서 내렸습니다.(소요시간 15분)

각동교에서 관풍헌까지 걷는 외씨버선길은 14.6km 입니다.

각동교를 건너 영춘방면으로 3분정도 가면 우측 밭둑길로 안내됩니다.

갓 손질한 길에서 풀내음이 전해져옵니다. 강을 조망할 수 있게 벤취가 놓여져 있습니다.

이 길은 각동에서 흥월, 팔괴를 거쳐 영월읍으로 가던 옛길로서 우마차가 다닐 정도의 대로였으며

화전민의 삶의 기록이 담겨져 있는 길이라고 합니다.

 

 

슬로우시티에는 꽃도 늦게 지는 듯 서리가 몇 번 내렸음에도 노란 산국꽃이 생기있게 피어있습니다.

작은 계곡을 건너 오미자밭옆을 지나니 마을이 눈에 들어옵니다.

비포장길과 시멘트포장길 경계에 외씨버선길 이정표가 있습니다.

 

 

오지마을 길론마을입니다.

주민들은 동지모둑에서 화전을 일구며 생활하시다 이주하신 분들이라고 합니다.

자동차길과 외씨버선길이 만나는 삼거리에 외씨버선길 이정표가 있습니다.

마을 길에는 빠알간 산수유열매가 주렁주렁 달려 있습니다.

잎을 모두 떨구고 열매만 달려 있는 감나무가 아름답습니다.  나무에서 홍시가 되면 얼마나 맛있을까요.

길론마을의 우사는 겹집입니다. 산골마을의 특징인지 모르겠습니다.

소들이 모두 어두운 곳으로 머리를 두고 있어 의아했는데 아마 먹이가 있어서 그런가 봅니다.

 

 

마을 위 사모개를 지나면 이끼 낀 돌길입니다. 낙엽 쌓인 돌길을 걸을 때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마른계곡에도 푸른 이끼가 가득하고 다래덩굴이 그네를 타는 산길은 깊고 깊은 원시림의  맛을 흠뻑 느끼게 해줍니다.

계곡을 건너 비탈길을 오르다 보면 산신바위가 있습니다.

계곡에 장엄하게 내려 앉은 이 바위는 염원을 담아 던진 돌이 바위 위에 올라 앉으면

아들을 낳게 해준다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돌계단으로 바위 모퉁이를 돌면 또 다른 장엄한 바위, 마치 골목길을 걷는 것 같습니다.

길이 잘 정비되어 힘들지는 않지만 계속되는 오르막이라 숨이 턱까지 차오릅니다.

하늘과 맞닿은 능선위로 올라서니 또 다른 오름길이 기다립니다.

그 길 위에는 태화산 정상에서 고씨굴로 이어진 등산로가 있습니다.

외씨버선길 13구간 중 가장 높은 곳으로 해발 700미터 정도 됩니다.

 

 

외씨버선길은 등산로를 가로질러 급한 내림길을 지그재그로 내려 가 산 허리를 감싸고 이어집니다.

도보여행길이면서 깊고 깊은 산중의 낙엽길을 걷는 멋진 길입니다.

 

 

1970년대까지 화전민이 살았던 동지모둑에는 깊은 산중임에도 샘이 있어 물이 풍부합니다.

계단식 다랭이논과 집을 짓고 살았던 돌담이 그대로 남아 있어 옛날 화전민들의 고단한 삶을 엿볼 수 있습니다.

문득 가천 다랭이논처럼 가꾸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바위틈에 옛날 어른들이 많이 마시던 금복주와 경월소주병이 쌓여있습니다. 사람 사는 곳엔 항상 소주가...

동지모독을 돌아 나오니 남한강이 보이고 강건너 마을 원골이 그림처럼 펼쳐집니다.

토종벌통이 지키고 있는 바위 아래로 이어지는 숲길을 사람은 천천히 걷고,

그 옆으로 나 있는 88지방도에는 자동차가 쌩쌩 달립니다.

 

 

선계에서 속세로 나오듯 길은 교각 아래로 이어지고 남한강변으로 내려섭니다.

삭막한 교각 아래가 멋진 쉼터로 변모하기를 바라면서 강을 벗하며 걷습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와 갈대가 사자 갈기같습니다.

강으로 흘러가는 계곡을 돌다리로 건너 카누체험장을 지나면 팔괴2리 마을 버스정류장입니다.

걸음을 멈추고 싶다면 이 곳에서 버스를 타면 되겠습니다.

아스팔트길을 조금 걸으면 왼쪽에 시멘트로 포장된 마을길이 있는데 외씨버선길은 그 길로 이어집니다.

집 또는 밭 사잇길은 계속 오름길입니다. 푸른 배추, 갓, 서리맞은 고추, 갈무리 해 놓은 콩더미...

평화로운 농촌풍경을 느껴 봅니다. 밤나무 밭 건너편 밭 가운데가 푹 들어갔습니다.

습지 같기고 하고 돌리네 같기도 합니다. 안내도를 설치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길은 다시 강으로 향합니다.

흙이 검은 것은 강 건너에 화력발전소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옛날 교과서에도 실렸던 영월화력발전소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그 자리에 천연가스발전소가 전기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영월읍의 아파트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테크로 만든 길을 지나면 다시 산으로 이어져 능선을 걷게 됩니다.

나무들 사이로 스포츠파크 등 영월의 랜드마크들이 보입니다.

한국가스공사 앞길로 이어진 길은 큰팔괴나루터 빈집 뒷길로 올라갑니다.

잣나무 숲길은 포장도로 또 다시 숲길로 이어집니다.

급한 내리막을 내려서니 가정집 옆을 지나게 됩니다. 두부를 만들던 아주머니가 의아한 눈으로 봅니다.

 

 

88지방도 교각을 지나 팔괴교를 건넙니다.

우측으로 시내버스종점을 지나 강변길을 걸어 31번국도 지하도를 통과, 요리골목을 지나면 관풍헌입니다.

14시 30분, 수없이 걸었다는 핑계로 시내버스 종점에서 외씨버선길을 벗어 나 식당으로 갔습니다.

갈비찜과 갈비탕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에 퍼질러 앉아 배 두드리며 먹고 나오니 빗방울이 후두둑 떨어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행나무길을 걸어 아침에 버스를 탔던 도미노피자앞에서 일행과 헤어졌습니다.

물론 집까지 걸어왔지요.

 

외씨버선길 13구간은 만만찮은 길입니다.(난이도 중)

걷기 편한길이 많았지만 등산하는 느낌을 받는 길도 있었습니다.

88지방도 교각아래는 을씨년스러웠고, 남한강변길에는 떠내려온 듯한 쓰레기가 많았습니다.

비가 많이 오면 계곡을 건너는 길이나 강변길 걷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러나 길 대부분에서 자연 그 자체를 온 몸으로 체험할 수 있어 너무 좋았습니다.

걷기 좋은 길을 어렵지않게 걸었는데 오지산행을 즐긴 느낌이 더 큽니다.

하루빨리 외씨버선길을 걷는 도보여행자가 많아져 모두 함께 자연과 벗하며 걷는 행복을 누리면 좋겠습니다.

 

※ 농어촌 버스 이용 안내